국세공무원에게 검은 돈을 제공한 혐의로 '블랙리스트(특별관리대상)'에 올라 있는 세무대리인들을 국세청 스스로 '국세심사위원(민간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황당한 국세청의 행정이 감사원에 의해 적발됐다.

국세심사위원은 국세청이 6개 지방국세청 및 115개 산하 일선 세무서에 각각 설치해 운영하는 위원회로 조세불복(심사청구)과 관련한 업무 등을 처리하는 위원회로 세무대리인들 사이에서 유무형의 이득이 많은, 민간위원으로 발탁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상당수 일선 세무서에서는 소속 관서에서 퇴직 후 세무사 등을 개업한 전직 국세공무원들을
위촉하는 등 전관예우의 한 형태로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

26일 감사원은 2014년 11월~12월 기간 동안 기획재정부(세제실)과 국세청(본청+6개 지방국세청)에 대해 '세무대리 등 납세협력제도 운용실태'와 관련해 진행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 국세청이 지난 2014년 11월17일 현재 국세공무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특별관리대상자'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36명의 세무대리인(개인-17명, 법인 소속-19명) 중 수 명이 버젓이 민간위원에 위촉, 활동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중 1명은 본청 소속 국세심사위원회로 당당히(?) 위촉, 2013년 7월1일~2014년 11월17일 기간 동안 총 17회에 걸쳐 국세심사위원회에 착석해 310건의 심사청구 및 과세 전 적부심사청구 심의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A세무사는 국세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로 2014년 5월 징계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 아예 특별관리대상자로 지정조차 하지 않은채 국세심사위원회 민간위원 활동을 계속 허용해 왔다.

이외에도 징계를 가공경비 계상, 허위 장부 작성 등 성실하지 못한 세무대리로 징계처분을 받은 7명의 세무대리인들을 민간위원에서 해촉하지 않은 채 계속 활동하도록 하거나 새롭게 위촉하는 등 엉터리 행정이 이루어진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국세공무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세무대리인을 특별관리대상자로 지정해 민간위원 선임을 제한, 국세심사위원회 등의 심의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한 당초 취지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