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부제시안, 공식화" VS 野 "정부입법안, 국무회의 통과"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공감하면서 '정부안'을 내기로 합의해 개혁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었지만 '정부안'에 대한 해석 차이를 보이면서 냉각된 분위기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이날 회동 결과를 담은 발표문을 보면, 문 대표가 "정부도 안을 내 놓고, 공무원 단체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 대표가 "'정부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설득했고, 이에 문 대표가 "야당도 이미 안을 가지고 있으니 정부안을 내놓으면 야당도 안을 제시해서 같이 논의 하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 정부안 놓고 해석 차이 "정부제시안" VS "국무회의 통과안" = 하지만 발표문에 적시된 '정부안'에 대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김 대표의 "정부안을 내놓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정부입법안'으로 보고 있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이라고 돌았던 안이 있는데, 그것은 인사혁신처 의견"이라며 "안이 성립되려면 국무회의를 통해 입법화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입법안'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정부입법 형태가 아닌 국민 대타협기구에서 함께 논의할 '정부의 제시안'을 공식적으로 정리해달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서 정부는 국민대타협기구의 전체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정부의 기초제시안을 공개한 바 있다"며 "이제 양당 대표가 합의한 대로 이 정부 제시안을 정부는 공식화해주길 바란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 단체협약, 노조의견 없이 정부안 못 내…인사혁신처 난감 = 이는 무엇보다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가 야당이 원하는 '정부안'을 공식화하기 어렵다는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2007년 공무원노조와의 맺은 단체협약 때문이다.

단체협약 제39조는 '정부가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시 이해당사자인 조합과 공직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혁 움직임이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던 정부로서는 정부입법안을 낼 수 없는 상태다. 정부가 독자적으로 안을 내면 단협을 위반하게 되어 인사혁신처는 '공식적인 정부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차이로 여야 대립이 격해지면서 '소통'이라는 청와대 회동의 의미마저 퇴색되고 있다.

□ 여 "수용할 수 없는 주장"…야 "공무원 의견 중요하다는 것" = 새누리당 김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 중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입법안을 요구하는 새정치연합을 향해 "현실적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정부의 생각과 주장보다 훨씬 개혁적인 안을 의원 입법한 상태인데, 국무회의를 거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뜻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매우 많이 소요 된다"며 "(야댱의 주장은) 공무원연금 개혁 시한인 5월 2일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야당 자체안을 압박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거듭 국무회의를 거친 입법안을 주장하고 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다음 주 화요일(24일)에 원내대표단, 공무원연금개혁특위위원, 전문가들과 함께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당은 공무원들의 연금을 무작정 반으로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무원들도 수긍할 수 있는 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안이라고 하면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이어야 하는데, 정부가 아직 그 안이 없으니 그 부분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우리 의견"이라고 재확인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 역시 "이해당사자인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적 입장"이라며 "노조가입자는 공무원 6급 이하들이어서 이들과 충분히 협의가 가능하다. 국가적으로 볼 때 연금제도는 매우 중요한데 시간을 못 박고 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