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나쁜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거나 깎으려했던 납세자들이라면 나무 앞에서 잠시 반성에 시간을 가져야 할지 모른다.

'세금 내는 소나무'로 유명한 석송령(천연기념물 제294호·사진) 때문이다. 경상북도 예천군 감천면에 소재한 이 소나무는 자신의 이름으로 토지를 보유함에 따라 매년 재산세를 낸다.

한 번도 지방세를 체납하지 않은 '납세목(納稅木)'이다. 100년 가까이 세금을 꼬박 냈다고 하니 모범납세자로 상을 여러 번 받았을 법하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소나무가 땅을 갖고 세금까지 내게 되었을까?

시간은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을 주민이었던 이수목이라는 사람이 후손 없이 세상을 뜨게 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인 땅 1378평을 마을의 동신목이었던 소나무에게 물려줬다. 석송령이란 이름도 직접 지어줬다.

요즘 같으면 사물 명의의 토지 등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제시대인 당시에는 석송령 명의로 이전됐다. 이에 따라 이 나무는 토지관리 대장에 엄연한 고유번호를 가지게 됐으며 매년 세금도 꼬박 꼬박 낸다. 실제로 석송령이 낸 재산세(2013년 기준)는 9만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물론 나무가 직접 세금을 내러 갈수 없는 노릇. 마을 주민들은 이 토지를 공동으로 경작해 매년 석송령을 대신해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다. 더욱이 석송령이 소유한 논밭에서 나오는 수익금 등으로 장학금을 조성해 마을 학생들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다.

특히 예천에는 석송령 외 2800평의 땅을 가지고 있는 팽나무(천연기념물 제400호·금남리 소재)도 있다.

이 나무가 재산을 소유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마을 사람들이 풍년제를 지내기 위해 쌀을 모아 공동재산을 마련했는데, 근대화가 되면서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자 공동재산을 등기부에 올려야했다. 그러나 훗날 재산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동명의는 피하고, 당산나무 앞으로 등기를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 1938년 이 나무 앞으로 등기이전이 결정됐다.

등기이전 과정에서 사람처럼 이 나무에 '황목근(黃木根)'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마을의 재산을 지키게 하는 수호목으로 삼았다.

석송령보다 땅을 더 많이 가졌지만 석송령의 땅이 2차선 포장도로 옆인데 비해 황목근은 경빈 뜰 한 가운에 있어 세금은 좀 적게 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