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규제개혁 일환으로 지난해 선정했던 '10대 세정개선 과제'의 추진성과와 관련해 현재 큰 '말썽'을 빚고 있는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의 개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자화자찬 일색의 평가를 내놓아 눈총을 사고 있다.  

16일 국세청이 발표한 '국민이 바라는 10대 세정개선 과제 추진성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개통으로 맞춤·지능·통합형 전자세정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분산된 8개의 서비스를 하나로 모아 납세자의 이용 편의를 제고했다고 자평하는 등 납세자들과 일선 현장 직원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는 전혀 동 떨어진 내용을 성과로 꼽았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지난해 3월 국세청이 국세청 차장과 국장이 참여하는 '국세청 규제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선정한 10대 과제의 추진성과도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자평했다.

국세청은 10대 과제로 세무조사 분야 3개, 신고·납부 분야 3개, 권익보호 2개, 납세서비스 분야에서 2개를 선정했다.

□ 규제개혁 한다더니, '규제 덩어리' 된 홈택스? = 국세청은 지난해 3월 신고·납부 분야 과제로 ▲맞춤·지능·통합형 전자세정 서비스 구축 ▲법인세 표준재무제표와 기업 재무제표 최대한 일치 ▲중소기업 타인명의 등재 주식의 실소유자 확인 절차 간소화 등을 선정했다.

이 중 맞춤·지능·통합형 전자세정 서비스 구축 과제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이 추진됐지만 지난달 23일 개통한 이후 아직까지도 납세자들과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접속 지연은 물론 접속할 때 15개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과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문제 등 홈택스 관련 민원이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이 오히려 '세금도둑'이란 오명까지 쓰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8개 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하다보니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 숫자가 늘어났다고 설명했지만 윈도우 XP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거나 입력·발급 등이 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25일 부가가치세 환급 신고 당시에는 신고도 되지 않아 민원인들이 세무서 민원실을 찾아 대기시간이 한 시간이 넘는 등 민원대란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불편한 것은 납세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세무서 직원들은 모든 서류를 전자문서화해야 하는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때문에 종이로 서류를 제출하는 민원인들의 서류를 일일이 스캔해야 하는 등 스캔할 시간이 모자라 퇴근시간이 지나고서도 계속 스캔을 하기 위해 야근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는 기존에는 별 무제 없이 일목요연하게 제공되던 납세자의 체납이나 압류 등의 정보가 제대로 뜨지 않아 세수관리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천억원을 들인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으로 야기된 문제를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는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자체적으로 큰 오류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오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은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에 대한 문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10대 과제 추진성과에 좋은 내용만을 부각시킨 것이다.

국세청은 추진성과에서 홈택스, 현금영수증, 근로장려세제, 법령정보시스템, 연말정산간소화, 공익법인공시시스템, 고객만족센터 등 8개 사이트를 통합해 서비스를 고도화, 이용 편의를 제고했다고 설명했다.

□ 과세품질 제고한다더니…결과는? = 국민들이 제일 힘들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세무조사 분야에서도 '손톱 밑 가시'를 뽑기 위해 국세청은 지난해 3개의 과제를 선정했다.

선정된 과제는 ▲추징실적을 의식한 무리한 세무조사 지양 ▲해명자료 요구 및 자료제출 부담 대폭 축소 ▲현장 조사기간 단축 및 조사기간 연장·범위 확대 통제 등이다.

무리한 세무조사를 지양하기 위해 국세청은 지난해 3월 조사심의팀을 14개팀(70명)으로 신설해 과세처분 전 단계에서부터 적법과세 여부를 철저히 검증했다고 밝혔다.

무리한 과세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심 인용사건에 대해 개별감사 및 부실과세 책임자를 문책하고 지난해 12월 과세품질평가를 시행한 뒤 결과가 좋지 않은 직원에 대해 본·지방청 전입 제한, 성과금 점수 감점, 특별승진·표창 추천 배제 등 인사상 불이익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 명의 직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어떻게 받았는지 부실과세라고 판정받은 과세처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세청이 자평한 내용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셈이지만 국세청은 민감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 납세자 의견은 없는 '자화자찬(?)' = 납세서비스 분야, 권익보호 분야는 납세자들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제도이지만 추진성과에는 납세자들의 의견은 단 한줄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납세서비스 분야 과제는 ▲126 국세상담 서비스 품질 개선 ▲성실납세 지원을 위한 납세자 세금교육 확대 등이며 권익보호 분야 과제는 ▲과세자료 처리기한 대폭 단축 ▲영세납세자를 위한 국선세무대리인 제도 확대 등이다.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관련 민원이 폭주했을 당시 국세상담을 해주는 126 콜센터는 마비됐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 채 종합소득세, 연말정산 신고기간 등 전화상담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에 전화상담 서비스 향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과세자료 처리기한을 대폭 단축시키기 위해 수동제출하던 해명자료를 전자제출이 가능하도록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개통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하고 과세자료를 조기에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 내부 성과평가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됐다.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셋째주 화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의 경우에는 3개월만에 세금고충해결 건수가 1만565건이나 되는 등 납세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